18권2호 - Editorial Note:

학자의 사명은 진리(truth)의 탐색과 추구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러한 진리와 관련하여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사용하는 예가 Auguste Comte가 과학의 계층에서 가장 높은 것에 올려놓은 물리학의 일종인 천체물리학자들의 태양계에 대한 정의입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과학 과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과학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일종의 절대 진리와 같은 존재이었던 태양계의 구성행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 천체물리학자들이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박탈하였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다시 명왕성의 지위 회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는 있으나, 현재까지의 진리는 명왕성이 제외된 행성들로 태양계가 구성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일련의 이러한 과정들은 제가 알고 있던 진리 또는 사실이 거짓이 되었다는 것과 여전히 그것에 대한 진리가 다시 뒤바뀔 가능성이 열어져 있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보다 중요하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또는 진리란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가 아니라 어떤 사실에 의하여 부정되거나 깨지기 전까지의 참인 잠정적인 진리(tentative truth)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더욱이 우리에게 소위 ‘진리’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것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며, 이를 통하여 학문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번호에는 한남대 신현중 교수의 ‘구성체 타당도 검증과 요인 분석’이라는 논문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신 교수는 이 논문에서 주성분 분석(Principle Component Analysis: PCA)과 탐색적 요인분석(Exploratory Factor Analysis: EFA)을 활용하여 타당도를 검증하는 것이 자칫 그릇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요즘 우리 학계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요인분석을 통한 타당도 검증의 적정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교수는 기존 연구들의 잠재적 요인들에 대한 타당도 검증의 공통점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PCA와 EFA는 이론적 논의와는 상관없이 자료의 특성에 따라 특정 잠재적 요인을 창출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러한 분석기법을 통해 나온 통계결과를 이용해서 구성체 타당도를 검증한다는 것은 방법론상으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교수는 CFA는 EFA와는 달리 잠재적 요인을 도출해서 새로운 이론을 창출하려는 목적을 지닌 것과는 무관하게 이미 이론적으로 가정된 요인구조를 확인하고 검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 CFA)이 타당도 검증을 위하여 사용되는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신교수는 CFA로 타당도 검증을 시도할 때 표본 크기와 측정 척도에 대한 방법론적 논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번호 기획세션에 실은 신현중 교수의 논문은 구성체 타당도 검증을 위한 PCA 및 EFA방법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지적과 함께 특정 통계분석방법이 요구하는 자료의 특성을 파악해서 올바른 적용을 해야 통계 및 해석의 오류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교수의 주장에 이견을 갖고 계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시작으로 하여 편집위원회는 이 논문에 대한 반박 또는 다른 관점에서의 논의 등으로 관심 있는 학자들의 참여를 통하여 이 주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지속되길 바랍니다. 편집위원회는 이러한 논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하고자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관심 있는 회원 여러분들의 행정학(정책학) 이론과 방법론에 대한 논문의 투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편집위원회의 이러한 시도가 학문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같이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한국정책과학학회보 편집위원장

김명환